ADHD 뇌, 할 일 리스트 대신 타임블로킹이 답이었다
“오늘은 진짜 다 해낼 거야!”
아침마다 다짐하며 할 일 리스트를 가득 적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늘 그랬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끝나면, 체크된 건 몇 개 없고 남는 건 자책감뿐이었죠. ADHD를 가진 제 뇌에겐 ‘끝없는 할 일 리스트’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ADHD 뇌는 흔히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 불리는 부분, 즉 우선순위 정하기·시간 관리·과제 전환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리스트만 늘어놓으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선택의 과부하가 찾아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를 구해준 게 타임블로킹(Time Blocking)이었습니다.
왜 할 일 리스트는 ADHD에게 잘 안 통할까?
할 일을 머릿속에만 쌓아두면 ADHD 뇌는 쉽게 과부하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ADHD 당사자는 ‘내적 시간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반드시 외부화(Externalize time)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시계, 알람, 타이머, 그리고 눈에 보이는 시간표가 뇌의 보조 기억장치가 되는 거죠.
저 역시 단순한 할 일 적기에서 벗어나, “언제 무엇을 할지”를 시간표에 넣는 방식으로 바꾸자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타임블로킹, 어떻게 하는 걸까?
타임블로킹은 말 그대로 하루를 블록(칸)으로 쪼개 예약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 10:00~10:30 → 보고서 초안 작성
- 12:00~12:30 → 이메일 확인
이렇게 달력에 박아 넣는 순간, 선택의 고민이 줄어듭니다. “지금 뭐 하지?”라는 질문 대신, 정해진 블록만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ADHD에게 특히 잘 맞는 이유
- 선택을 줄여준다 → 결정 피로가 줄어듦
- 시작 문턱이 낮다 → 25분짜리 작은 블록은 부담이 적음
- 중요하지만 미루던 일 챙기기 → 운동, 공부 같은 장기 목표도 달력에 고정 가능
저는 이 방법으로 미루던 글쓰기 시간을 ‘오후 8시 블록’으로 정해두었는데, 놀랍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ADHD 친화형 타임블로킹 실전 팁
여기서 또 영업비밀이자, 꿀팁 대방출 들어갑니다!
- 블록은 25분 단위: ADHD 뇌의 집중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포모도로 타이머’처럼 짧게 끊는 게 유리합니다.
- 하루 핵심 블록은 3~4개: 너무 많이 잡으면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저도 중요한 세 가지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여유칸으로 둡니다.
- 완벽주의 버리기: 블록 안에서 다 못 끝내도 괜찮습니다. ADHD 관리의 핵심은 ‘완료’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 시각적 신호 활용: 캘린더 알림, 주방 타이머, 책상 앞 포스트잇 등 외부 신호가 집중을 돕습니다.
예전에는 카톡 확인하다가 반나절을 다 날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 블록은 자기계발, 오후 블록은 글쓰기”처럼 정해두니, 한 가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못했어…”라는 자책 대신 “다음 블록으로 넘어가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습니다.
ADHD 관리에서 중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시작입니다.
할 일 리스트에 파묻히기보다, 오늘 딱 하나, 25분 블록을 캘린더에 넣어보세요. 작은 블록이 모이면, 언젠가 하루 전체가 구조화되고 뇌의 혼란이 줄어드는 걸 느끼실 겁니다.
ADHD 뇌는 시간을 잊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시간을 보이게 만들고, 작게 쪼개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루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