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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의 투약일지 (3일차) 메타인지와 우울에 관하여

의사가되고싶은환자
2025.11.11 추천 2 조회수 3315 댓글 6

예… 우짜다보니 거의 3일만에 다시 투약일지를 올리게 됐네요.

사실 우울증 때문에 엄청나게 무기력해져서 거의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그동안 콘서타 27mg를 투약하면서 별다를 것도 없었구요.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메타인지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사실 ADHD는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커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DHD 특성상 '내가 직접 방법을 설계하고 내가 직접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런 넘치는 에너지의 반대급부로 ADHD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목표가 있어도 그 과정을 충실히 수행할 수가 없는 것이죠.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메타인지에 대해 얘기를 꺼내기 전에 ADHD의 모순성에 대해 얘기해 보죠.

저는 꽤나 지능이 높을 겁니다. 아마도요.

야매 검사에서는 140+이 나왔습니다. ㅋㅋㅋㅋ (야매는 야매로만 봐주세요.) 초딩때 영재원도 다녔고요.

이얘기는 여러분들 귀에 피가 나도록 들으셨을 테니 제가 쓴 전 글을 참조해주세요.

그런데도 평범한 지능을 가진 다른 학생들보다 유독 떨어지는 성적을 보입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죠.

무엇을 하든 어느 정도는 계획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계획을 잘 세우지를 못하니 일의 효율이 나올 리가 없고,

우리들의 능력치보다 비정상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 박사인 에드워드 할로웰은 ADHD의 이런 경향을, ‘모순적 경향’ 이라고 칭합니다.

 집중력 부족과 초집중력의 공존.

충동적이고 산발적인 결정과 독창적이고 놀라운 직관력의 공존.

일을 미루고 또 미루는 게으름과 일주일분의 작업을 2시간 만에 해내는 재주의 공존.

 

이런 모순적인 행보는 현재 사회와 맞지 않아, 필연적으로 사회와 어떤 식으로든 갈등을 겪게 됩니다.

회사에서 기껏 뽑아놨더니 일을 비효율적으로 한다거나, 제출해야 할 서류를 제출을 안해서 곤란해진다거나…

능력치(지능)보다 저조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고, 사회는 이를 주로 게으름으로 치부합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들었던 노오력이나 의지드립 등등이 이에 해당하겠네요.

그러다 보니 ADHD 환자들은 우울증에 굉장히 취약해집니다.

 

 

우울증이 오면, 정말 손끝 하나 움직이기 싫어집니다.

게임을 해도 재미가 없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좀 나아지지만 햇빛을 받으러 나갈 힘이 없습니다.

힘이 없으니 공부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피로합니다. 당연히 일의 결과는 저조하겠지요. 또 다시 자괴감이 몰려옵니다.

종합해보면,

ADHD로 인한 메타인지 부족 - 정상적인 계획의 부재 - 자신의 능력에 비해 저조한 실적 - 우울로 인한 피로 및 사고기능의 저하-

-일의 효율성 하락 - 또 다시 저조한 실적 - 우울…. 

 

이런 파멸적인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된 것은 꽤나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조금만 더 빨리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공부가 잘 됐으려나 싶기도 하고요. ㅋㅋ

 

 

우리 모두 이제는 이런 파멸의 굴레를 끊어내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수하님이 말씀하셨듯이, ADHD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보다는 삶의 회복이니까요.

힘들어도,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봅시다.

댓글 6


저도 똑같은 굴레를 겪었어요. 학교에서도 겪었고, 사회에 나와서도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심했고 사람들은 '너처럼 이룬 게 많은 애가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했는데
'진짜 날 몰라서 그런다'고 늘 치부해버리고 스스로를 싫어했네여 ㅠㅠ

ADHD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퍼지면서 정말... 제가 너무 큰 도움 받는 것 같아요.

여기서 개그 하나: 저 심리학 전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교과서에서 ADHD 공부한 기억도 있는데 그땐 왜 몰랐는지 ㅋㅋㅋㅋㅋㅋㅋ
2025.11.12
답글 추천 0
의사가되고싶은환자
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심리학 전공이셔서 나는 심리적으로 나를 컨트롤할수 있다! 하신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ㅋ 하기야 저도 취미로 의학서적들 읽고있는데 ADHD 책만 몇권을 읽었는데 제가 ADHD라는 생각을 거의 못했거든요 ㅋㅋㅋ
2025.11.12
답글 추천 0
교과서를 그저 교과서로만 대했던 제 불찰(?)이죠 뭐 ㅋㅋㅋㅋㅋ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ADHD 증세 읽으면서 대공감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ㅠㅠ
2025.11.17
답글 추천 0

수능같은 시스템은 IQ 120~130에서 최적의 효율이 나온다는 연구를 본 것 같아요(정확하지 않음)

오히려 지능이 높으면, 몇 번 보고 이해되니까 계획이나 몰입을 못하고 금방 질려서 지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고지능에게 ADHD는 어찌보면 인과 관계가 아닐지!! ㅋㅋ
2025.11.13
답글 추천 0
저도 요새 제 ADHD 요인을 고지능 + 호르몬 + 올빼미 생활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ㅋㅋ =_= 주의력과 실행력에 문제가 있으니 지능 높은 거 하나 쓸 데 없네요.
2025.11.17
답글 추천 0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커서 힘들어한다.
'내가 직접 방법을 설계하고 내가 직접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넘치는 에너지의 반대급부로 ADHD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를 못한다......
그러니 목표가 있어도 그 과정을 충실히 수행할 수가 없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실천하기 어렵다....

아... 너무 공감되는데요.... 남들도 다 그러는줄 알앗는데 이게 ad의 특성이기도 한거군요.....?........
특히 목표완 현실의 괴리가 큰건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생각했는데..ㅎ
2025.12.15
답글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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