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붐은온다
지식칼럼
칼럼

도파민의 노예가 아닌, 경험의 설계자로 살기: ADHD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suha
2026.02.03 추천 0 조회수 8 댓글 0

돈 은 인생의 목적일까, 수단일까? 이 고전적인 질문은 ADHD를 가진 이들에게 훨씬 더 치열하고 생존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ADHD 뇌를 가진 이들에게 돈은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롭고 강렬한 경험’이라는 세계로 입장하기 위한 토큰(Token)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토큰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평생 ‘결핍’과 ‘충동’이라는 두 마리 괴물에게 쫓기며 살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돈과 경험, 그리고 행복의 삼각관계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1. ADHD에게 돈은 '도파민 교환권'이다

ADHD의 뇌는 보상 회로의 반응이 일반인보다 낮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보다는 강렬하고 새로운 자극이 주어져야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때 돈은 가장 빠르고 쉬운 자극제 역할을 합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결제하는 순간, 낯선 곳으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폭발합니다.

문제는 이 '토큰'을 모으는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반면, 쓰는 과정은 너무나 짜릿하다는 점입니다. 토큰을 많이 모았다고 해서 기쁘지 않은 이유는, ADHD에게 숫자는 추상적이고 먼 미래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진짜 실재하는 것은 '지금 당장 내 눈앞의 경험'뿐입니다.

 

2. '한 번에 다 써버리는 습관'이 가져오는 불행의 굴레

많은 ADHD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가진 토큰을 한 번에 다 써버리는 '충동적 소진'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취미가 생기면 장비부터 풀세트로 구비하거나, 기분이 저기압일 때 보상 심리로 고가의 쇼핑을 하는 식입니다.

 

이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악순환에 빠집니다. 토큰을 다 써버린 뒤에는 정작 내가 정말로 원하는 '질 높은 경험'을 설계할 여력이 사라집니다. 

다음 달의 나를 빌려 쓴 대가로, 현재의 나는 불안과 자책 속에서 지루한 일상을 견뎌야 합니다. 

 

기분 좋은 경험에 돈을 쓸 수 없게 된 상태, 즉 '경험의 빈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3. 결핍이 아닌 '설계'의 미학: 적은 돈으로 만드는 만족감

 

우리에겐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시급한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가진 자원을 분배하여 최적의 경험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절약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10만 원을 한 번의 충동적인 식사에 태울 것인지, 아니면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나를 깨워줄 향긋한 커피 한 잔과 일주일의 몰입을 도와줄 책 세 권으로 나눌 것인지 결정하는 '기획력'입니다.

 

적은 돈으로도 만족스러운 하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ADHD에게 최고의 생존 기술입니다.

 

자극의 세분화: 한 번의 거대한 폭죽 대신, 일상 곳곳에 작은 불꽃놀이를 배치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경험의 가성비: 비싼 돈을 들여야만 좋은 경험인 것은 아닙니다. 숲길을 산책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고음질로 듣거나,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적은 토큰으로도 가능한 고효율 도파민 활동입니다.

 


4.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전부'인 것들

돈을 잘 다스리는 능력은 만인에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ADHD에게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느냐, 아니면 환경에 휩쓸려 사느냐를 결정짓는 결정타가 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정보다는 변화를, 축적보다는 발산을 갈망합니다. 이 본능을 억누르기만 하면 결국 터져버립니다.

 

대신,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연출하는 ‘PD’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나는 얼마의 토큰으로 어떤 경험을 살 것인가?"를 자문해 보십시오. 

 

무계획적으로 토큰을 던지는 도박사가 아니라, 정교하게 짜인 타임라인 속에서 최적의 경험을 설계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돈은 당신이 꿈꾸는 세상을 짓기 위한 벽돌입니다.

돈은 당신이 꿈꾸는 세상을 짓기 위한 벽돌일 뿐입니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지루하다고 해서 길바닥에 벽돌을 다 뿌려버린다면, 당신의 멋진 건축물은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것입니다.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마십시오. 대신, “이 토큰들을 잘 모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멋진 풍경을 볼 것인가?”를 상상하십시오. 

그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충동이라는 파도는 낮아지고 설계의 즐거움은 커질 것입니다.

 

적은 돈으로도 나를 웃게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평온함을 바탕으로 더 큰 경험을 준비할 줄 아는 사람. 

그것이 ADHD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강력한 경제적 자유의 모습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돈을 가장 가치 있게 쓴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의 '작은 기쁨'을 하나만 설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댓글 0

지식칼럼

전체 일상기록 인사이트 리뷰 지식 칼럼 기타
1